채용할때 어떤사람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연차와 포지션에 맞는 JD를 씁시다 편에 이어서, 
그럼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유형의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채용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주는 월요일이 대체휴일이어서인지 꽤나 열심히 썼는데도 화요일에 발행하지 못했네요. 아쉽지만 수요일 오전 발행으로 대신해봅니다. 나름 어제는 바쁨이 가득한 하루였기에 양해를 구해봅니다. 


스타트업에게 채용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이고, 그만큼 진실과 거짓이 가득한 시장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다들 누구나 쉽게 하는 얘기들, 신중하게, 우리 문화에 맞는, 뭐 그외에도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고, 동시에 로켓에 올라타라는 (어느 로켓을 말하는건가….) 말도 난무하고 있다. 
작고 어려운 스타트업에서부터 투자받고 공격적인 채용을 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그런 채용에도 불구하고 퇴사자가 더 많았던 조직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였으며, 어떤 사람을 어떻게 채용했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좋은 JD를 작성하고 이로부터 좋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가정하에, 우리는 다음의 유형 중에서 어떤 사람들을 뽑을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이 회사에 지원을 하겠냐 라는 것은 일단 논외로 하자. 사실 드래곤볼의 스카우터가 내 눈에 있다고 한들, 과연 우리가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큰 편이니까) 

누군가 인터뷰에 이런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주의하기로 하자….. 

스타트업에서 뽑아야하는 사람을 아래 세가지 유형에서 골라보기로 하자. 물론 우리는 셋다인 사람을 뽑을꺼야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하시기로 하고 이 글은 그만 읽으셔도 된다.

  1. 현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2. 앞으로 크게 성장할 유망주
  3.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채용할수 있는 사람

누구를 뽑을지 고르셨는가. 
세 유형 모두 장단점이 가득한 경우이다보니 케바케 사바사일 것은 확실한데,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유형이 더 필요하게 될까. 
스포츠 팀으로 비유하자면, 당장 실전에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즉전감 3루수 내지는 중견수, 아직 포텐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호타준족의 재능이나 악마의 선구안 내지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젊고 싱싱한 좌완파이어볼러, 그리고 세번째는 머니볼이나 스토브리그의 성단장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앞선 경험에 비추어 볼때, 대부분의 경우 (1)번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창업자도 학습을 하면서 점점 (2)번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상황은 자주 일어나지만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싶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1)번 유형을 채용하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하다. 그래서 어디에서 무슨 경험을 해본 사람, 어느 큰 회사 출신의 사람들을 나름 스카우트해오는 경우가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하는것, 사실 알지 못하는 것은 업무역량이라는 것은 온전히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업무를 수행해본 경험이라는 것 또한 사실 매우 파편적일 수 있으며, 개인에게 온전하게 남는 것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인터뷰 가이드라인에서 “무엇”을 해본사람, “무엇”을 경험하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보았는가, “어떻게” 경험하였는가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김창준 님은 이런 과정을 구조적 인터뷰라고 칭하기도 하였다. (김창준 님의 이글루스가 닫혔기에 다른 글로 갈음한다)

성공적인 면접 - 김창준님
‘함께 자라기’ 책의 저자 김창준님이 쓰신 글이다. 2010년에 쓰신 오래 전 글이지만 여전히 너무 좋다. 이 글은 간추려서 쓴 글이므로 원글을 읽어보는 것을 강력추천한다. http://egloos.zum.com/agile/v/5359401 [1] 성공적인 면접이란? 1. 지원자가 면접 후에 합격, 불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이 회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업무역량과 성과는 해당하는 조직구성과 바탕으로부터 성취하였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 조직에 합류하였을때에는 그 조직구성과 바탕을 형성하는 것이 1번 업무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합류한 사람도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서 조직구성을 지원할 것이고, 조직구성이 제 1업무라는 얘기를 믿고 들어왔지만 조직구성이나 채용은 지지부진하고, TO가 무제한이라느니, 연봉 상한선은 없다느니 같은 무의미한 헛소리를 들어가며 ‘이럴거면 왜’ 의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어느정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싶어했던 시니어 레벨들은 서로서로 믿고 거르는 시점으로 접어들게 되고, 창업자들은 (2)번 유형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성장스토리와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요즘 유행으로는 성장레벨 이라고 해서, lv.9 내지는 lv.7-c 같은 등급을 메기고 “업계에서 높은 영향력과 어떤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수준과 같은 정의를 가지고 있다) 자신감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내 말 잘듣고 빠릿빠릿한 주니어들을 채용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과연 그렇게 잘 풀려나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스타트업은 제품을 만들어 산출하는 조직이라는 나의 정의에서 본다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조직과 어찌어찌 되는대로 제품을 내면서, 이것이 스타트업이지 라고 생각하는 조직은 산출물의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데 (2)번 유형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요소이지만, 그 유형을 제대로 키워낼 베이스캠프가 없다면 결과는 양쪽 모두에게 그다지 아름답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스포츠 팀에서처럼 개인의 역량이 거의 전부라고 할만한 업에서도 그러한데, (스포츠 팀에서도 개인의 뛰어남은 50% 수준이 아닐까) 지식근로자 그룹에서처럼 협업지능이 가장 뛰어난 탈렌트인 분야에서라면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다. 
어찌어찌 꾸역꾸역 제품을 내 보니, 그래도 나오기는 하고 예외적으로 그것이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는 (제품의 수준과 무관하게 그런 반응을 가지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다) 경우만 살아남아있다보니, 다들 그렇게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전술이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스타트업에서는 반드시 (3)번 유형을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1)번 유형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동의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는데, 떨어지는 절벽에서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야 하는데, 이게 무슨 봄철에 모내기 파종하는소리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떨어지는 절벽에서 비행기를 만드는 비유를 그다지 동의하고 수용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비행기를 만들줄 모르는 애들을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은 아니라고 반박해드리고 싶다. 스타트업이든 무엇이든, 결국 그 업이라는 것의 본질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아마도 이 채용의 스테이지는 그래서 종이비행기마냥이라도 날 수 있게 된 경우에서 주로 고민할 문제인만큼 이 논의를 넘어가기로 하자.

무엇보다 (1)번 유형이 아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지금 메이저리그 무대나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PL에 데뷔하는 것도 아니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경기를 할 수 있는 팀을 꾸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동네야구이건 4:4 풋살이건 간에, 그렇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경기를 해야한다는 것, 실격패를 당하지 않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 정도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즉전감이나 EPL 상위팀 주전레벨의 실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자체가 망상에 가까운 것이다. 

오늘 오늘의 제품을 만들수 있어야 하고, 내일은 내일의 제품을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오늘의 고객을 모으고, 그들에게 내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늘 이룬 것의 성취나 지위와는 달리 내일은 내일에 맞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들은 필연적으로 나보다 스펙상으로는 우위에 있고, 나와는 다른 측면에서의 실력상위권자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창업자나 코파운더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흔히 버스에 먼저탄 사람의 비유를 들면서 뒤이어 들어올 사람들을 재단하고자 할때 우리는 (3)번 유형이 아니라 (1)번 유형을 채용하고자 하고, 그들을 먼저 탄 사람들이 통제하고 지시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것을 높은 빈도로 마주할 수 있다. 

버스에 먼저 탄 사람들은 충분한 여정을 가져가면 내려야 한다. 내릴때 두둑하게 선물을 쥐어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 여정을 잘 소화한 분들은 유사한 여정에서는 어느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되어 있을 것이니까 또 그 길에서 좋은 성과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니까. 

다음편은 채용스토리의 마지막으로 “채용을 신중하게 뽑는것의 미신”을 타이틀로 얘기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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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스타트업처럼 일해야해 vs. manners maketh pro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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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분들중에 참 대단한 분들이 많으셔서, 멋진 책을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마침 부산에 계시는 곽한영 님께서 쓰신 책을 사서 읽다가 (보통 저희들은 구독료를 낸다고 표현합니다만) 이 글에 어울리는 문구를 발견해서 원래 쓰던 글의 제목을 변경해서 들였습니다. Manners maketh man, manner의 의미, 그리고 Mannerism.  “사전적으로 보면 매너는 '일이 되어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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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F 2호, 3호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표파트너 콴입니다.  무더위에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고 계신가요. 입추와 처서를 지나니, 그래도 좀 선선한 바람도 느껴집니다. 30도에도 시원해졌다고 말하는 한국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여름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2호와 3호에서 투자한 ‘마지막삼십분’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투자자로서의 lesson learn과 다짐도 담았습니다.  마지막삼십분은 발렛파킹 온디맨드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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