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할때 신중하게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

그것은 일종의 신앙이자 미신이 아닐까. 채용스토리 마지막, 3번 이야기. 

대충 어디가서나 통하는 금과옥조 같은 말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인사가 만사 라던가. 어떤 경우를 들어도 기업과 조직에서 사람을 선택하여 선발하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는 한치의 이견도 있을 수 없다. 또 잘못된 사람이 들어와서 조직을 망치는 경우를 보고 경험했다라거나 (물론 필자도 이런 경우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  또 이러한 이유로 많은 경우에 컬처인터뷰를 통해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인지를 선별하겠다는 단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컬처핏 인터뷰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행한 글을 참고하기로 하다. ‘컬처핏, 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 이름’)

컬쳐핏, 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 이름
여느 스타트업들에서 간혹 2차 인터뷰로 컬쳐핏 인터뷰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도 그 컬쳐에서, 인터뷰이로도, 또 인터뷰어로도 서본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인성검사, 인사팀면접, 임원면접 같은 것들을 해보고 자랐을 저의 세대에게는 여전히 생경한 이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스타트업은 버스에 먼저 탄 사람들이 있고 그 다음 타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에 비추어 보았을때, 저 사람이

그리고 이러한 많은 이유들은 보통 수많은 스크리닝 절차로 단계를 만들게 된다. 구글에 가면, 어디에 가면, 최소 5회 이상의 면접을 봐야한다더라에서부터, 이렇게 최고의 인재만을 선별해서 최고의 조직을 이루어야 한다까지 도달하게 된다. 뭐랄까, 모든 팀들이 레알마드리드의 지구방위대를 결성하기 위해 지단과 베컴을 선발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겠다는 의도와 방향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 방법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데에 있다. 여러차례의 스크리닝을 거치게 되면 더 정확하게 훌륭한 사람을 선발하는 방향이 될까? 아니면 매번 다른종류의 그물코를 갖다 대게 되면서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혹은 가장 무난하고 아무것도 모난데 없는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게 될까? 

꽤나 오래전이지만 필자는 BC카드의 광고를 대행하는 대행사의 막내AE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그때 BC카드 광고주 담당팀들은 항상 현대카드의 날카롭고 세련된 광고크리에이티브를 부러워하곤 했고, 종종 그런 것을 기대한다는 얘기를 보내기도 했다. 참고로 BC란 Bank Credentials의 약자로, BC카드는 은행연합체(?) 였기 때문에, 광고크리에이티브를 결정해야 하는 회의에는 각 회원사(은행)에서 한명씩 결정권자가 참석해서 12-13인의 회의체가 이루어지기 마련이었다. 
무려 12중의 스크리닝을 거치게 된 광고는 어떤것이 만들어지게 될까? 대표적인 히트작이 “부자되세요”, “아빠힘내세요” 같은 결과물들이다. 물론 큰 히트를 하기는 했지만, 예를 들어 현대카드의 “떠나라” 라던가 “인생을즐겨라” 같은 작품들과 비교했을때 완전히 다른 결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스크리닝을 덧대면 덧댈수록 우리는 무난한 결과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결과물에 도달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채용해야 하는 수퍼맨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수퍼맨의 행성에라도 가서 데려와야 하는 것일가. 크립톤행성이 발견되었다는 희소식이 있다. 

모든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어디가 만악의 근원인지는 알수 없다.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하냐 라고 물어본다면 앞선 2개의 채용시리즈 글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겠다.

우선 JD를 정확하게 작성하기에서 시작해보자. JD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있어보이는 멋진 말들 대신) 작성하려면 우리가 일하는 과정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그 프로세스가 없다고? 그럴수는 없다. 그것을 구체화하지 못했고 정리하지 못했을 뿐, 어느회사이든 어떻게든 일하고 있다. 멋지게 스펙문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스크린샷을 따서 순서를 잡아야만 개발팀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것을 JD에 정확하게 작성해보자. 

JD를 제대로 씁시다
포지션과 연차에 맞는 JD. 당신은 써본적 있나요. 아무래도 여러 경로를 통해서 PO를 채용하고 싶다던가, 소개해달라거나 하는 요청을 받는 일이 왕왕 있다. 친한 대표님에서부터 포트폴리오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때로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채용을 하려 할 때에도, “좋은PO를 추천해주세요” 는 너무 쉬운 말이지만, “그럼 JD를 줘보세요”에 대한 응대는 세상 어려운일이 아닐수 없다.

말로 할때보다, 회의를 할때보다 글로 작성했을때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얼마나 유치한지 명확하게 보여지는 법이다. 일단 JD가 보기좋은말로 가득한, 있어빌리티의 집약체가 되면, 어떤 사람들이 지원을 하게 될지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그저 수퍼맨 후보자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마치 캡틴아메리카를 선발하는 장면이 연상되지 않는가.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다양한 스크리닝을 6-7회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자는 비로소 캡틴아메리카가 될 탈렌트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JD가 모호하면 어떤 사람들이 지원할 것인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오락가락 훈련되지 않은 인터뷰어에 있다. 보통 먼저 이 회사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인터뷰어가 되곤 하며, 사실상 별다른 직무능력도 없으면서 직무역량인터뷰를 해야하고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컬처핏인터뷰를 주도하게 된다. 캡틴아메리카 선발대회에서는 정말 고도로 훈련된 베테랑들이 선발과정을 주도하는 것과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현실적으로 유일한 선택지일수도 있고, 창업자로서는 믿을만한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캡틴아메리카 선발대회에 참여해보자

결국 지원단계에서부터 혼돈이 시작되었지만, 인터뷰 채용의 5-6단계를 거치면서는 인터뷰어의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각각 가지고 있는 필요에 따라서 채용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그 모든 문제를 극복할수 있는 최고의 수퍼맨이라면 당연히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입사에 성공할 것이다. 마치 캡틴아메리카가 어떻게든 조국을 구해내고, 수퍼맨이 지구를 거꾸로 돌려서라도 여주인공을 구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세상을 구할 인재를 얻었다. 

아마도 상당한 확률로 우리는 수퍼히어로를 만나기보다는, 어떤 그물코에도 걸리지 않은 가장 작은 육각형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그런 사람이라면, 의도한 바가 성공한 것이므로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과거 대기업의 공채문화라는 것은 이러한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직무역량이야 입사한 후 수년에 걸쳐 성장시켜나갈 것이기 때문에, 조직문화에 순응할 수 있고 조직의 목표를 체화하여 무지성으로 따를 수 있는 육각형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을 오랜동안 만들어왔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도 그러한가. 


수많은 창업자들은 항상 수퍼맨을 채용하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사실 본인들이 제품을 만든 과정에 대해 무지하고 그것을 알아가는 행위는 상당히 고통스럽기 때문에 회피하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수퍼맨을 채용해서 그사람이 모든것을 알아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무의식 깊은 곳의 바람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블유니버스가 아니라면. 

우리는 제품을 만들고 산출한다. 그리고 제품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과 함께 살아갈 조직을 설계하고 팀을 구성한다. 
그 팀은 수퍼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나의 오랜 믿음이다. 최고의 인재를 뽑아서 모든 권한을 쥐어주고 자유롭게 맡겨두면 최고의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 그것은 어느정도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인재가 다른 일을 맡거나 떠났을 때에도 그 제품은 계속 고객과 만나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수퍼맨이 만들어낸 제품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야기가 멀리 돌아왔다. 

나는 스타트업이란 제품을 만들어 산출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스타트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제품문화를 가장 중요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용은 이 제품문화에 사람을 참여시키는 행위이다. 신중하게 뽑겠다는 명제는 언제나 참이지만, 그저 이렇게 저렇게 그물코를 갖다 대는 것은 신중한 것이 아니다.
구글이 이렇게 하니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렇게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신중하게 최고의 인재를 뽑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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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스타트업처럼 일해야해 vs. manners maketh product

(2편) 스타트업처럼 일해야해 vs. manners maketh product

페친분들중에 참 대단한 분들이 많으셔서, 멋진 책을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마침 부산에 계시는 곽한영 님께서 쓰신 책을 사서 읽다가 (보통 저희들은 구독료를 낸다고 표현합니다만) 이 글에 어울리는 문구를 발견해서 원래 쓰던 글의 제목을 변경해서 들였습니다. Manners maketh man, manner의 의미, 그리고 Mannerism.  “사전적으로 보면 매너는 '일이 되어가는 방식'

By Juno Kwaan

(1편) 조직의 사일로를 극복하기

“조직에서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은 꽤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 가드를 내리고 대화라는걸 할 자세가 된다.” 맞는 말입니다.  여기에 대한 누군가의 답변은 “사장이 제정신이 박혀서 사내정치하는 것들을 쳐내야…” 였습니다. 이것도 굳이 틀린말은 아닙니다.  이런 조직간의 견제가 극대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사일로 이펙트 라고 부릅니다.  한때 이 사일로 이펙트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By Juno Kwaan

PMF letter: AUG24Y-2

안녕하세요. PMF2호, 4호 조합원 여러분. 대표파트너 콴입니다.  PMF2호와 4호에서 출자한 NK세포연구기업 인게니움테라퓨틱스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인게니움의 넥스트 파이프라인인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NK 세포 연구가 국책과제로 선정되어 1년에 20억원, 3년간 총 60억원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3년 연구의 성과를 평가하여 추가 2년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연구자금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본

By Juno Kwaan

PMF letter: AUG24Y

PMF 2호, 3호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표파트너 콴입니다.  무더위에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고 계신가요. 입추와 처서를 지나니, 그래도 좀 선선한 바람도 느껴집니다. 30도에도 시원해졌다고 말하는 한국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여름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2호와 3호에서 투자한 ‘마지막삼십분’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투자자로서의 lesson learn과 다짐도 담았습니다.  마지막삼십분은 발렛파킹 온디맨드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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