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O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콴입니다. 5월말 원티드하이파이브 세션 스피치에서부터 시작해서 뉴스레터를 결석했네요. 뭐든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존경할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주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바쁘게 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네요. 이번주 까지만 정신없고, 이후로는 좀 더 건강한 삶의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최근 제가 많이 듣고 또 얘기하고 있는 주제가 CPO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직 CPO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분들은 또 각각 이사회로부터 부여받은 별건의 의무들이 있으실테니 모두가 동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PO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PM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에 어느정도의 공통된 형상은 가지고 있는 것처럼, CPO역시 매우 예외적인 조직상황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큰 포션으로 공통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한번 나눠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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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를 최고제품책임자라고 부르고, 제품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보통은 PO가 Product Owner로 제품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Product Manager는 제품관리자라고 이름을 붙이는데, 최고제품책임자는 Owner에 가까운 의미인것일까? 그렇다면 PO의 상급자로 CPO가 존재하는 Hierarchy에서 PO는 무엇을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고 CPO는 무엇을 책임지면 되는 걸까. 수평적 조직이지만 옥상옥으로 결재권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수직적 조직일것이니까 상급자가 최종결정/결재를 하거나 혹은 하위로 Delegation 하는 것을 형상화한 조직체계인 것일까.
여러 상황에서 CPO는 최고제품책임자라고 쓰고 (최고 제품관련 의사결정권 책임자)라고 읽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종류와 상황은 다르지만 많은 경우의 제품관련 의사결정을 CPO에게 미루고 (상신한다고들 한다, 보통은) 그곳에서 병목이 생기는 현상을 지켜보게 된다. 이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라면 제품체계의 로드맵과 순서를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이해되기도 하며, 제품의 로드맵에서 무엇이 우선순위가 높은가를 결정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제품의 복잡계가 높은 조직에서 제품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결정하는 것은 CPO 고유의 역할이라고 볼만한 여지도 물론 있지만, 제품을 산출하고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제품의 우선순위는 지극히 경영적 관점에서 결정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즉 이것은 실질적으로 CEO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며, CEO의 결정파트너는 CPO가 아니라 보드가 되어야 한다. 물론 개발이나 제품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CEO라면 실현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없게 마련이고, 이런 부분을 CPO또는 CTO 등에게 의존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CPO의 핵심역할이라고 볼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는 했지만, 매한가지로 병목이 되기도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조금 나은 것인지 잘 모를일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CPO는 제품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흔히들 CTO를 언급하면서 이 회사에서 가장 기술수준이 높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경력과 연차가 쌓이다보니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일 개연성은 매우 높지만, 그 정의가 필요충분조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CTO를 단순히 개발을 제일 잘 하는 사람 이라고 정의한다면 CTO가 가져야 할 다른 덕목들, 특히 개발문화를 형성하는 사람으로서 전체 제품개발의 아키텍쳐를 책임지고 (직접이든 간접이든)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를 관리(조달/육성 등)할 수 있어야 하는 것 등은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게 된다. CPO또한 마찬가지로 Product Guy로서 가장 뛰어난 사람일 개연성이 높지만 그것은 필요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CPO는 Product Owner 또는 Manager들이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책임지는 역할이어야 하고, 프로세스로 형상화된 제품문화를 여러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할수 있도록 맞춰가는 사람이기도 해야 한다.
높은 확률로 제품개발과정을 형상화하는 것에 대해서 무지할 뿐 아니라 필요성 또한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은 조직들이 제품개발 과정은 구성원 개개인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개인기에 의존해서도 제품은 산출 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이다. 개인기에 의존한 제품산출은 어느 누군가의 헌신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이 화면정의서를 수백장씩 그려내고 개발팀과 하나하나 맞추어가는 서비스기획자일수도 있고, 기획서 내용이 개발괴발 적혀있어도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가면 제품생산을 리드하는 테크리드일수도 있다. 때로는 티켓하나하나를 재검토하면서 빠진 구석을 억지로 채워나가는 TPM이나 PMO가 그 헌신의 주체일 수도 있다. 이 사람의 헌신이 끝나면 다음 사람의 헌신을 담보로 하는 식으로도 억지로억지로 제품을 산출해낼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반복될때마다 지속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되며,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품산출조직의 영속성은 요원해진다.
비슷한 얘기로 수퍼맨을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발행한 적이 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퍼맨이 오늘의 어느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어내었다고 한들, 그 제품의 생애주기에 그 수퍼면이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수 있는 다양성의 토대위에서 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CPO는 그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는 문화를 책임지는 역할에 천착하는 보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전술했지만 모든 회사의 상황은 항상 다 특수하고 세부적이다. 원론적으로 어떠하여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론일 뿐, 각론에서는 분명히 많은 주제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한 각론이 결론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제품문화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제품조직이 제품을 산출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그 과정에서의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조직에서 CPO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을때에 이 글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될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