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핏, 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 이름
여느 스타트업들에서 간혹 2차 인터뷰로 컬쳐핏 인터뷰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도 그 컬쳐에서, 인터뷰이로도, 또 인터뷰어로도 서본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인성검사, 인사팀면접, 임원면접 같은 것들을 해보고 자랐을 저의 세대에게는 여전히 생경한 이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스타트업은 버스에 먼저 탄 사람들이 있고 그 다음 타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에 비추어 보았을때, 저 사람이 우리에게 맞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보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문제는 과연 우리의 “문화” 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이 형상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2차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기분이나 마음이나 컨디션에 따라서 결정되는 불필요한 절차가 되거나, 혹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걸러내고 불필요한 사람은 선택하는 손해를 발생시키는 절차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기업은 ‘실험’을 통해서 모든 것을 확인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얘기를 해봅시다. 실험을 통해서 확인하고 확실한 성과를 갖겠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문제는 실험실이 아니기 때문에 실험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인식해야만 하고 어디서 어디까지를 실험으로 할 수 있고, 하기에 좋은지를 아닌지를 구성원 모두가 어렴풋하게라도 동일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은 어떠한 상황을 전제하고 이것을 실험을 해야하는가 하지 말하야 하는가, 한다면 어떻게 접근해서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우리 구성원 전체의 믿음 수준은 어느정도인가를 인터뷰에서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크지않은 편차에서 구성원 간에 동일한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야할 것입니다.
최소한의 스펙을 출시하여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지향하며, 일부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문화로 가지고 있다고 전제해봅시다. MVP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MVP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이 문화를 규정하게 될 것입니다. MVP를 왜 출시하는가에 대해서 린스타트업 책에서 본대로 빠르게 출시하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면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MVP는 원하는 규모의 지표를 뽑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MVP를 출시해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었을때에, 이것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다음 스텝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도 우리 기업의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컬처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단계를 만들어놓고 그 디테일에 대해서는 인터뷰어에게 맡겨만 두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기업”의 문화와 잘 맞는 사람을 선발하는 단계를 만들고, 또 지원자에게는 “우리기업”의 문화와 잘 맞는지를 알아봐야할 단계를 만들었는데, 정작 현실은 인터뷰어 개인의 마음에 드는 사람, 개인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까요?제가 잠시 몸담았던 어느 기업에서는 큰 투자를 받고 규모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말 많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일주일에 최소 10시간 이상을 인터뷰를 했던것 같네요. 그만큼 채용에 대단한 투입을 하는 것은 나쁘다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 결과가 컬처인터뷰에서의 무지막지한 탈락률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그렇게 채용한 사람들이 고작 1년도 안되어서 퇴사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콜밸리의 성공한 기업들을 인터뷰한 책들을 보면 이런저런 아름다운 스토리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아마도 많은 창업자를 감동시킬만한 스토리는 ‘아주 까다롭게 최고의 인재만을 채용하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삼중사중으로 스크린을 설치하고 통과하는 사람만 선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최고의 인재만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컬처에 맞는 최소한의 최고의 인원만을 채용할 것이다.’ 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들은 높은 탈락률을 정당화시키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기업의 문화란 무엇이고 우리 문화에 맞는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인가가 규정된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적으로 30개월도 안되는 근속기간을 가지고 잦은 인원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씬에서 이런 아름다운 결과가 남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대단한 투입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산출되고, 고객을 획득하고 매출을 만드는 일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KPI 기여도가 0인 일에 회사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셈입니다.
컬처핏 인터뷰를 어느기간 진행해보면 상당한 수준의 경향성을 나타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어가 회사에 오래 기여한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자신의 잠재적인 경쟁자는 탈락시키고 자신을 받쳐줄 수 있는 아래직원만 선발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죠. 모두가 공정하고 수준있는 인터뷰어라는 전제하게 설계되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을 감동(?)시켜야만 선발될 수 있는 단계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느쪽이건 회사와 제품과 KPI에 기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Culture를 지키는 Guardians.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Ps. 매번 무슨 글을 쓸까를 고민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자꾸 옆길로 새고 싶어하는 것도 병이네요. 다음에는 MVP와 조직관에 대해서 한번 써볼까 합니다.